사유로 이해하는 삶
플라밍고CC 코스 후기, 기억에 남은 하루 본문
바야흐로 골프의 계절인 봄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플라밍고 CC에서 라운드를 했다.
조금 늦은 라운딩 후기를 남겨본다.
오전 11시경,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
먼저 점심을 해결할 곳부터 찾았다.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 그 흔한 해장국집이 안 보인다.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몇 군데를 고민하다 결국 선택한 곳은 장고항짬뽕이었다.

평범한 외관의 장고항짬뽕이었다.
주차장이 널찍해서 편했고 내부엔 사람이 꽤 많았다.
가게 이름이 장고항짬뽕이니 우리 모두의 선택은 짬뽕.

만원이라는 요즘 기준으로 가벼운 가격.
평범한 비쥬얼에 무의식적으로 국물부터 한 숟가락.
슴슴하다.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최근에는 육향이나 해물향,
불향을 진하게 밀어붙이는 짬뽕을 자주 먹었다.
첫맛부터 강하고 먹고 나면 입안에 오래 남는 종류들.
그에 비하면 이곳 짬뽕은 조금 다른 방향이었다.
슴슴한 듯 시작되는데 국물 끝이 시원했고,
익숙한데도 묘하게 새로웠다.
자극보다 균형에 가까운 맛.
크게 튀지 않는데 오히려 그래서 편하게 먹혔다.
직원분들도 인상적이었다.
필요한 순간마다 먼저 살펴주고, 말투에도 여유가 있었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친절이 만족도를 조금 더 높여줬다.
플라밍고 라운딩을 앞두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수백회의 라운딩 경험 상 대부분의 골프장은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 위에 위치한다.
클럽하우스가 높이 자리 잡고 있고,
그 길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오늘 코스를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플라밍고는 조금 달랐다.
평지 위에 클럽하우스가 놓여 있었다.

간척지 위에 지어진 골프장이라는 말이
그제야 실감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차장은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날씨가 좋기도 했고, 서울에서 크게 멀지 않은
당진이라는 위치도 분명 이유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린피가 부담 없었다.
금요일 오후 1시 25분 티였고 8만 원에 라운딩했다.
클럽하우스는 단정했다.
화려하게 꾸민 느낌은 없었지만 필요한 것들은 충분했다.

위압감을 주는 가구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 편안했다.
연습그린도 무난했다.
두 개의 퍼팅 그린이 운영되고 있었고
4월 초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잔디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초록이
오히려 계절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편안한 편이었다.
3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파4 홀이 몇 개 있었고
파5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장이 길지 않고 페어웨이 폭도 비교적 넉넉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홀이 평지였다.
간척지 위에 조성된 골프장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직 백돌이를 벗어나지 못한 골퍼들도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까다로운 구간도 없었고
반대로 상태가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종합적으로 무난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 라운딩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유는 코스보다 사람.
오늘 우리 경기를 도와주신 캐디님 덕분이다.
큰 키와 시원시원한 말투만큼이나 성격도 시원하셨다.
웃음이 호탕하고 말투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한눈에 봐도 오래 하신 분이라는 게 느껴졌다.
100타 언저리 골퍼가 셋이나 있는 팀은
쉽지 않은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잘 잡아주셨다.
어디를 보고 쳐야 하는지,
어떤 클럽이 무난한지,
언제 서둘러야 하고 어디서는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되는지.
세심한 안내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라운드를 했지만
이렇게 마음 편한 캐디님을 만난 건 드문 일이었다.

바닷바람이 있는 날은
평범한 코스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오늘도 홀마다 바람 방향이 달랐고
어떤 홀에서는 두 클럽을 더 잡아야 했다.
늘 그렇듯 친구들과 함께라 좋았다.
덕분에 결과보다 함께 치는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운전을 맡고 간식까지 챙겨오는 조프로.
라베는 놓쳤지만 끝까지 가장 진지한 한프로.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임프로.



우리 넷이 몇 번이나 함께 필드에 나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상하게 늘 비슷한 방식으로 즐겁다.
누군가는 실수하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끝까지 아쉬워한다.
그 반복이 늘 즐겁고 행복하다.
플라밍고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대답은 YES!로 하겠다.
특별히 압도적인 코스는 아니지만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처음 가는 분들이라면
바닷바람은 조금 염두에 두는 편이 좋겠다.
평범한 라운딩이었고 몸은 피곤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은은하게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